◆ 2018 전미경제학회 / 수전 애시 스탠퍼드대 교수 - 손현덕 매경논설실장 대담 ◆
- Admin
- 2018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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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노벨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여성 최초로 수상한(2007년) 수전 애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47)는 경제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주자다. 이 메달은 전미경제학회(AEA)가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을 정
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애시 교수는 16세 때 듀크대에 입학해 경제학과 수학,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딸 때는 24세에 불과했다. 하버드대 교수로 활약한 그는 스탠퍼드대로 옮긴 이후에도 가상화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경제학과 접목시키면서 경제학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일종인 리플 코인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18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 참석한 애시 교수는 7일(현지시간)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과 단독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를 막는 건 불가능하며 어느 한 국가가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되면 이용자들은 외국의 거래소로 갈아타면 그만"이라며 "외국 거래소에서 피해를 입는다면 한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조차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현재의 인공지능은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 구분하기 쉬운 단순한 문제에만 적용된다. 체스 같은 게임 역시 단순한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유용하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것에는 취약하다. 최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특정 주제에 관련된 데이터가 오랫동안 축적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미래 시나리오에는 인공지능의 유용함이 많이 떨어진다. 가령 대출자의 신용점수를 계산해 원금 상환 여부를 예측하는 일에서는 아직까지 인간이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 IBM 왓슨 역시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게 아니라 제한적인 자동화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기업의 인수·합병 시 영향이라든지 가격 변동이 경제에 미칠 영향 같은 이슈 등은 머신러닝으로 예측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가격이라든지, 과거 존재하지 않았던 상품이라든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선 효과가 없다.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 인공지능은 특정한 문제에서만 유용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는 바람직한가.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많은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이들 기업은 수평적 통합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수직적 통합을 택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여행 중개업, 쇼핑몰 사업에도 진출했다. 구글 입장에서 서비스에 투자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다. 수평 통합의 경우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쉽지만 정보기술(IT) 산업은 사정이 다르다. 경쟁 구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규제는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만한 거대한 규모의 인수·합병과 같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지 의문이다.
―데이터가 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 대한 의견은.
▷어떤 면에서는 높아지고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 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통해서 굉장히 빠른 컴퓨팅이 가능해졌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많이 이용한다. 데이터 자체는 훨씬 큰 진입장벽이다. 데이터를 통해 많은 대기업은 소비자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법제화한다면 굉장히 유용한 데이터를 공통적으로 축적할 수 있고 시장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개인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위치정보 자체는 굉장히 민감한 데이터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안전하게 보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옵트아웃(opt―out·정보 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 시스템이 불법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 웹사이트에서 쿠키를 사용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객관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를 점수로 알려주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 '당신의 위치정보 관리 수준은 이렇다' '신용정보 보호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말이다. 프라이버시 이슈는 철학적으로만 다뤄질 뿐 소비자에게 미치는 결과를 분석하지 않는다. 무임승차 효과도 큰 문제다. 내가 구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구글이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그냥 편한 대로 쓰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버블인가.
▷가상화폐에 적정가라는 것이 있을까. 물론 있다. 비트코인의 적정가를 계산하는 모델을 만든 적이 있는데 가상화폐 사용처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용처가 있을까. 돈의 이동이다. 리플 코인은 국제송금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용처가 있다고 가정하면 공급과 수요에 따라 이론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가격은 미래 가치만 반영하고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은 거래소에서만 떠돌 뿐 실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송금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는 예측 가능하지만 인간의 기대 또는 욕심이 어디까지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전망해달라.
▷블록체인 기술의 영향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현재 금융 체계는 작은 은행이나 작은 통화에 매우 불리한 구조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제송금을 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대체화폐 기술을 통해 작은 은행이나 국가들이 중계자 없이 연결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송금하면 세금이 붙는다. 시간도 2~3일 넘게 걸린다. 직접 현금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게 제일 빠른 국제송금 방법일 정도다. 디지털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엄청난 비효율을 피할 수 있다.
―한국 당국은 최근 비트코인 거래를 강력히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느 국가의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되면 다른 나라 거래소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거래소를 폐쇄하는 건 무책임한 방법이다. 외국 거래소에서 피해를 입으면 한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조차 없어져 버린다. 전 세계에서 단 한 국가라도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한다면 그 거래소에서 모든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균형 잡힌 규제가 필수적이고 거래소를 허용하는 게 정답이다. 그래야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이 빈번한데 블록체인은 안전한가.
▷블록체인 자체와 거래소 해킹은 다른 문제다. 어느 거래소나 기업이든 해킹은 일어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블록체인이 해킹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소셜미디어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글 뉴스에는 가짜뉴스가 많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검증된 매체의 기사만 종합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다르다. 뉴스 공유를 사용자의 선택으로 보고 어떤 규제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과 관련된 가짜뉴스는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됐다. 하지만 미국 인구의 약 9%만 가짜뉴스를 여러 번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보수 우파였다. 가짜뉴스가 생각만큼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일부 소비자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라델피아 특별취재팀 : 손현덕 논설실장 /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진우 기자 / 임성현 기자 / 안정훈 기자]
매일경제 제공]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6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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